부모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그 사람이 너무 무서워서 단지 그 순간의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순히 따르게 된다. 이런 즉각적 결과 때문에 때리고, 폭언을 퍼붓고, 때리겠다고 어름장을 놓는 것이 효과저그로 보이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얻게 되는 상처는 어쩌란 말인가?
폭력이 아이의 뇌에 미치는 영향
이번에는 아이가 폭력을 경험할 때 신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아이가 폭력을 경험하면 ‘공포 반응’이 자극되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고유의 신체 반응이 유발되면서 아이는 단순히 뇌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진화하기 위해 어른이 원하는 데로 순순히 따른 다. 스트레스 반응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어난다.
- 어른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린다.
- 아이가 이런 행동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 공포를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아이에게 ‘위험 감지’ 경고를 보낸다.
- 아이의 신체와 뇌가 이 위험 신호에 따라 ‘투쟁 혹은 도피반응’을 발동시키며 아이에게 맞서거나 도망치라고 알린다.
-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 일어나면 혈압과 심장 박동 수가 높아지고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이 증가한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 - 반응은 뇌의 변화 같은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
스트레스 전문 심리학자들은 이런 반응의 원리를 생물학적 측면에서 찾아냈다. 뇌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영역은 전전두피질인데, 이 전전두피질은 뇌에서 의사 결정을 담당한다. 따라서 매를 맞는 환경같이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대체로 집중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거나, 좌절에서 회복하거나, 지시를 따르는 데에 비교적 어려움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자제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다.
저널리스트인 폴 터프가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서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유치원 교사들이 꼽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은 글자와 숫자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아니라 화가 났다 하면 성질을 주체하거나 마음을 가라앉힐 줄 모르는 아이들이다. 전국적 규모로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유치원 교사의 46퍼센트가 담당 원생 가운데 지시를 따르는 데 문제가 있는 원생이 적어도 절반은 된다고 답했다. 또,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답변에 따르면 아동의 25퍼센트 이상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다른 원생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겁을 주는 등 심각한 수준의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이 아이의 행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계 자료는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 62년에 걸쳐 진행된 88건의 과학적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한 가지 주제를 목적으로 여러 가지 논문의 결과를 종합하여 연구하는 것)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아동의 문제 행동에 체벌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 무려 94퍼센트의 일치율을 보인다.
- 도덕성 저하.
- 아동의 공격성 증가(말대꾸, 반항, 포악적 행동, 물건 부수기, 사람들에게 덤벼들어 때리기, 악쓰기 등).
- 아동의 비행 행동과 반사회적 행동 증가.
- 부모와 아동 사이의 관계의 질 저하.
- 아동의 정신 건강 쇠퇴.
- 성인이 되었을 시 공격성을 보일 확률 증가.
- 성인이 되었을 시 범법 행동과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확률 증가.
- 성인이 되었을 시 정신 건강 쇠퇴 확률 증가.
- 성인이 되었을 시 아이나 배우자를 학대할 위험성 증가.
이러한 행동은 모두 전전두피질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으며 아동의 도덕성 발달 문제를 비롯해 충동 억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연관성을 갖는다. 심리학자 로런스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에서 가장 낮은 발달 수준은 단지 벌을 피하기 위해 규칙을 따르는 것이며 가장 높은 발달 수준은 그것이 옳고 바른 일이기 때문에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모가 잘못한 행동을 바로잡겠다고 아이를 때리면 아이의 도덕성 발달은 가장 낮은 수준에서 멈추고 만다. 아이의 관심이 옳거나 바른 일을 하는 방향이 아니라 벌을 피하는 방향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체벌이 효과가 없는 이유
아이가 나쁜 행동을 했을 때 아이를 체벌하면 아이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만 그 행동을 멈출 뿐이다. 그래서 매 맞는 아이들은 들키지 않는 데에는 도사가 된다.
“한 번만 더 걸리면 가만 안 둔다.”
엄마 아빠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걸리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한다. 때때로 당신 자신도 벌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 제한 속도를 넘겨서 운전하다가 경찰차가 눈에 들어온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이가 당신에게 보였던 것처럼 경찰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안 그런 척할지 모른다. 속도를 줄이면서 경찰차가 보이는 동안에는 적법하게 행동하다가 경찰차가 더는 안 보이면 다시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도덕성 발달의 가장 낮은 수준에 따라 행동하는 셈인데 실은 제한 속도를 쭉 지키며 운전해야 도덕성 발달의 가장 높은 수준에 따라 운전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인용한 메타분석에서 밝혔다시피 체벌이 가져오는 바람직한 행동은 달랑 하나뿐이다. 바로바로 순종하며 말을 더 잘 듣는 것, 하지만 이 메타 분석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맞으며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성 건강 문제에 시달리는 경향이 높아 다음과 같은 신체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 고혈압.
- 간 기능 상실.
- 당뇨병.
- 심혈관 질환.
- 위장 질환.
- 관절염.
- 비만.
폭력의 학습성
폭력
범죄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러 조사에 따르면 그들의 폭력 행위는 학습된 것이었다. 폭력 범죄 전과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거나 스스로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 ‘폭력은 곧 권력’이라는 것을 학습했다. 아이는 손찌검을 당하거나 때리겠다는 협박을 들으면 몸이 크고 힘이 센 어른은 폭력을 통해 자기 뜻을 관철한다고 배운다. 이렇게 보고 배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면서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부모가 소리를 지르거나 때릴 때 아이에게 전달되는 주된 메시지는 뭘까? 바로 ‘어린들은 아이들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약한 사람에게 공포와 고통을 줘도 된다.’라는 것이다. 즉, 아이들은 자기보다 덩치가 크고 힘에 센 존재 앞에서 피해의식과 함께 무력감을 느끼면서 공포와 불안을 떨게 될 뿐 아니라 화가 나면 자신도 폭력을 사용하고픈 욕망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은 세상을 구체적 조건에 따라 바라보기 때문에 어른이 아이를 때려도 괜찮다는 것이라면 자신도 어른이나 다른 아이를 때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분노, 복수, 어른과 아이의 의사소통 단절이 그렇듯 폭력도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폭력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를 격려하고 보호해주는 바람직한 어른 상에 대치된다.
UN아동권리위원회는 아주 경미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체벌을 불쾌감과 학대의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아동 체벌 근절이야말로 온갖 종류의 사회 폭력을 줄이고 예방하는 핵심 방식”아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면서 폭력적 행동을 배운다. 이 점을 생각하면 손찌검, 폭언, 위협 등 신체나 감정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폭력에 노출되는 강도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시피 온라인, 텔레비전, 영화 등을 통해 폭력을 접하는 아이들은 또래 놀이 친구들에게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폭력이 권력을 가지게 해주며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폭력을 행사해도 괜찮은 것이라고 거듭 학습한다. 아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든, 실제로 폭력을 가하든,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 폭력 행위를 접하든, 어떤 행태로든 폭력은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므로 우리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재차 강조했다시피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대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분노 누적으로 결국에는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정은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시설에서 행해지는 체벌과 으름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훈육이란 사랑을 갖고 아이 행동에 한계를 설정해주어 아이에게 적절한 행동을 유도해주는 지도 체계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훈육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건강한 유대와 애정 어린 관계를 돈독히 다져줄 뿐 아니라 아이와 어른의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건강도 증진시킨다. 따라서 체벌에 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이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육아법 / 제리 와이코프, 바버라 유셀 지음 / 정미나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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