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는 본질적으로 개별적(particularistic)이다. 질적 연구에서는 사회적 행동의 미묘한 의미와 패턴이 특정한 상황과 사람들을 연구하고 특정 환경 조건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발견된다. 이러한 개별적 특성 때문에 질적 연구의 결과가 그 연구에서 다룬 특정 조건을 넘어서는 더 넓은 여러 조건에 어떻게 일반화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질적 연구에서 일반화의 적절성과 본질에 관해 많은 담론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질적 연구에서 일반화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인류학의 초기 연구는 멀리 떨어진 곳의 이국적 문화에서 경험한 것을 일반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대신 그 문화의 독특함에 전적인 초점을 두고 있다.
여러분은 이러한 일반화의 제한적 역할을 동의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분의 연구 결과를 일반화해 보자는 선택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때 한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다른 조건에 일반화해 보려는 바람의 근거는, 모든 연구는 제한된 수의 자료 수집 단위를 포함하는 제한된 양의 자료 수집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연구의 결과와 결론이 수집된 자료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의 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 즉 어떤 연구가 다른 연구와 다른 상황에 일반화할 수 있다면 그 연구가 가지는 가치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심지어 단일사례연구처럼 자료 수집 단위가 하나뿐인 연구에서조차 그러하다. 따라서 질적 연구에서 어떻게 일반화할 것인가의 문제는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또 다른 선택 사항 중 하나이다.
통계적 일반화를 넘어서야 할 필요성
질적 연구에서 일반화를 생각할 때 주요 장벽 중 하나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이는 일반화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일반화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연구 결과는 ‘표본’에 대한 것이고, 그 표본을 적절하게 표집이 되었다면 연구 결과는 그 표본보다 추출된 더 큰 ‘모집단’에 일반화될 수 있음을 가정한다. 응답자를 대표하는 표본을 추출한 후, 거기서 얻는 연구 결과로 응답자의 모집단을 추리하기 위해 실행되는 대부분의 조사 연구는 이러한 일반화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표본과 모집단 간의 관계가 수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반화 방식을 통계적 일반화라 부른다. 통계적 일반화는 너무나 일반적인 것이어서 질적 연구만 하는 학자라도 한 장소에서 실시한 자신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가 다른 장소에서의 경험에 일반화될 수 있는지(마치 자신의 연구 장소가 모집단 연구 장소를 대표하는 표본 장소라는 듯이) 자문하면서 끊임없이 통계적 일반화의 연장선에서 사고하게 된다.
질적 연구에서 이러한 식의 사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모집단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 해도, 자료 수집 단위가 소수인 연구는(자료 수집 단위가 하나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절대 자료 수집 단위의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다.’는 필연적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나라들의 민주주의 제도 확립에 관한 연구는 그 나라들이 나라의 크기, 속한 대륙과 경제 여건, 국민의 피부색 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선택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에 쉽게 일반화할 수 없다. 각 나라는 매우 많은 영역에서 서로 달라서 아무리 표본 수가 많아도 모든 나라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계적 수치는 소용이 없다.
이에 대한 대안적 일반화 방식은 표본이나 모집단에 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버리기를 요구한다. 앞서 소개한 넓은 범위의 단위든 좁은 범위의 단위든 연구 수집 자료는 ‘표본 단위’가 아니며, 그러한 식의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분석적 일반화
대안적 일반화 방식은 흔히 사용되면서도 잘 인식되지 못하다. 이 방식은 질적 연구뿐 아니라 모든 연구는 단일 연구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한 조건에서 다른 조건으로 일반화하는 것과 관련된 어려움은 실험연구에서 자주 발생한다. 즉, 특정 장소에서, 특정 시간에, 특정 실험집단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특정 실험적 개입과 실험 절차의 지배를 받는 하나의 실험에서 얻는 결과를 어떻게 일반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질적 연구와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 모두 일반화의 목표[한 연구의 결과가 분석적 일반화 과정을 따르게 하는 것]는 동일하다. 분석적 일반화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특정한 일련의 생각, 이론적 구성 또는 가설화 된 사건이 전후 관계를 잘 알려 주고 있음을 연구자가 개념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유사한 개념이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유사한 상황에 같은 이론을 적용하고 그 시사점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화 방식은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연구를 포함하여 여러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민주주의 제도의 확립을 추구하는 여러 나라들에 대한 사례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연구는 연구 결과를 모집단에 일반화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연구 결과가 특정 개념에 대한 이해 증진에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밝혀내고 이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질적 연구든 실험연구든 분석적 일반화를 하려면 논지를 주의 깊게 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논지는 기하학에서 말하는 ‘증명’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견고하게 제시되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관련된 ‘이론’이 단지 일련의 가설, 심지어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Cronbach(1975)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반화를 필요로 하는 것은 결론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작업 중인 가설’임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실험연구에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설에 대한 확신은 새로운 연구들이 그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를 계속 산출해 냄에 따라 수립될 수 있다.
이때의 논지는 실제 연구의 특정 조건이 아니라 선행연구와 관련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때의 목표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의 개념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명제와 가설을 제안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집필할 때는, 실증적 결과가 이론을 지지하는지 또는 반박하는지 그리고 어떤 면에서 그러한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만약 연구 결과가 이론을 지지한다면, 연구자는 이러한 진보가 이 연구에서 연구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 어떻게 일반화되는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이 글 초반부에 다루었던 ‘상반되는 설명’을 서술하고 검토하는 작업은 분석적 일반화를 통해 제기된 모든 주장을 매우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 세운 가설에 대한 의미 있고 이치에 맞는 상반적 설명은 연구 시작 시기에 판별될 수도 있고, 연구 수행 중에 생겨날 수도 있다. 상반적 설명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위해서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상반적 설명을 지지하는 자료를 모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엄격하게 찾아낸 자료가 상반적 설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상반적 설명은 기각될 수 있다. 이처럼 그럴듯한 상반가설이 기각되는 동시에 주요 가설이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확보된다면, 분석적 일반화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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